쿠로츠키 | B6 | 약 40P | 무선제본 | 19세 미만 구독불가
쿠로츠키 | B6 | 약 40P | 무선제본 | 19세 미만 구독불가


쿠로츠키 교류회 [도쿄행 막차티켓]에 배포한 회지 내용의 일부입니다. 

배포본보다 약 8P정도의 내용을 추가하여 신간으로 발행됩니다. 


['가는' 신음소리를 내야만 방에서 나올 수 있다] 썰 기반

▶ https://jingjinglim.postype.com/post/545942


19세 미만 구독 불가 

판매용 회지에는 표지 앞면 우측 상단에 [19세 미만 구독 불가] 표기가 붙습니다. 










“쿠로오씨. 저는 방 탈출 게임방이라고 들었어요.”

“응. 나도.”

“방 탈출은 퍼즐을 푼다든가, 퀴즈를 푼다든가 해서 잠긴 문을 열고 나가는 거라고 들었구요.”

“응. 나도.”

“그럼 이 상황은 뭘까요.”

“음.”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곳도 있다곤 들었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들었는데.”

“미안. 내 불찰이야. 그런데 진짜 몰랐어.”

“하...”


그래서, 어쩔 거예요? 츠키시마는 룰이 쓰여 있는 안내판을 신경질적으로 탁탁 두들기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어쩔 거냐고 물어봤자. 나도 이런 곳이 있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본단 말이야. 알면 누가 이런 곳에 오겠냐. 아니. 제 발로 찾아오는 미친놈이 있다곤 해도, 서로 얘기 몇 마디 나눠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타 학교 남자 후배와 단둘이 이런 곳에 오는 놈은 없다. 장담할 수 있다. 최소한 난 아니야. 난 그렇게까지 미치진 않았어.


식은땀을 흘리며 눈만 굴리는 나를 보며, 츠키시마는 지나칠 정도로 크게 한숨을 뱉었다. 그러니까, 우리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자면 사실 그렇게 복잡하진 않다. 츠키시마는 볼일이 있어 잠시 도쿄에 홀로 올라왔고, 그의 안내를 일단 일면식이 있는 내가 맡았다. 볼일은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기차 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많이 떠버렸다. 이걸 어쩌나 고민하는 와중에, 전단지를 받았다.


<신개념 방 탈출 게임방 신규 오픈 기념 무료 체험 이벤트!>


뭐, 길을 지나다 보면 흔히 받을 수 있는 전단지다. 할 것도 없는데 여기나 가보자고 가볍게 제안했고, 그 역시 ‘그러시던지요.’ 하며 별 대수롭지 않게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왔고, 우리는 방 탈출 게임방에 갇혔다. 끝.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렇다. 아-무 문제가 없다. 애초에 가둬두고 나가라고 만든 방이니까, 룰에 따라 문제를 풀거나 특정 행동을 한 뒤, 잠긴 문이 열리면 나가면 된다. 초 간단. 그러나 지금 문제는, 바로 그 룰이다. 방에 들어가면 쉽게 안내가 되어 있을 거라며 다짜고짜 방에 밀어 넣더니, 정말 알기 쉬울 수밖에 없는 안내판만 덩그러니 걸려있는 것이다.



『절정에 이르러 사정할 때의 신음을 내면 방문이 열립니다.』



“넌센스라던가... 그런 거 아닐까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안내문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어색해진 공기 속에서 우리는 가능한 머릿속의 음란마귀를 탓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절정이나 사정이나 신음이 아닐 거라고 애써 부정해보았지만, 그 아래 조금 더 작은 글씨로 적힌 부연설명은 차마 우리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그것이 아니라곤 할 수 없게 못을 박고 있었다.


“자위, 삽입 섹스, 페팅이나 애무 등의 유사 성행위로 인한 사정도 인정됩니다. 다만 신음이 제대로 나지 않으면 무효...”

“아, 그런 거 징그럽게 소리 내서 읽지 마요. 알겠으니까.”

“징그럽다니 너무하네. 적힌 걸 읽었을 뿐이야.”

“어쨌든.”

“... 저렇게까지 적어둔 걸 보면, 내가 생각하는 그게 맞는 거지?”

“... 아마.”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저 무뚝뚝한 후배 앞에서 자위하거나, 둘이 유사 성행위를 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섹스를 하라 이거냐고. 너무 어이가 없으면 웃음밖에 안 나온다더니, 그게 지금 내 상황이다. 어이가 없어 그저 허허 웃고 있으려니, 츠키시마가 온통 새하얀 방에 유일하게 나있는 하얀 문의 문고리를 붙잡고 세게 걷어차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서너 번. 문고리를 돌려 당기고 밀어보길 몇 차례. 열리긴커녕 미동도 없는 것을 보고 이내 포기한 듯,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난다.






* * * *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츳키.”

“네.”

“어쩔 수 없어. 협조 좀 해주라.”

“뭘요?”

“일단 나가야 하니까.”

“그러니까 뭘... 저기요?”


의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츠키시마의 몸을, 침을 한 번 꿀꺽 삼키며 와락 끌어안았다. 적잖이 놀랐는지, 온몸을 파드득 떨며 히익 소리를 낸다. 죽고 싶다... 나라고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건 아니란 말이야.


“그러니까. 협조가 필요하다니까.”

“그게 지금 끌어안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요?!”

“분위기, 분위기. 연기하려고 해도 말이야. 혼자서 허공에 뱉어대면 리얼하게 안 나온다니까?”

“그... 어, 그렇긴 한데...”

“협조 해줘. 피차 나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같이 내야 좀 할 맛이 나지.”

“그건, 그런데. 끌어안는 건 관계없잖아요?”

“그럼 벽을 보고 하라고? 그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


진심이다. 나라고 벽보고 신음 내는 걸 생각 안 해봤겠나. 그렇지만 야한 사진 하나 붙어있지 않은 새하얀 벽을 보고 남자 둘이 나란히 앉아서, 앙앙대는 신음을 낸다는 건 어딘가 웃기고 민망했다. 그럼 또 전광판에선 제대로 하라며 아무리 봐도 비웃음 가득한 문구를 또 흘려보내겠지. 그러면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서로 어색함만 더해지고 민망할 뿐이다. 하려면 그냥 한 번에 제대로 해야 이 상황을 빠르게 모면할 것이 아닌가. 서로 끌어안고서 좀 장난치는 분위기라도 내야 민망함도 덜할 거고.


난 진짜 미치도록 이곳을 나가고 싶다. 간절하다고.


츠키시마는 잠시 그 꼴을 상상하려는지, 눈을 양옆, 위로 데굴데굴 굴리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음... 입에서 앓는 소리를 내더니, 눈동자를 위로 굴리고.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다. 한숨을 푹 쉰다. 그래. 이게 최선이라니까.



결국 츠키시마와 마주 보고 앉아 서로의 어깨에 턱을 올리고는, 어설프게나마 팔을 올려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영 민망해하는 것이, 역시 선배인 내가... 시범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되겠지. 아까 했던 그 바보 같은 짓을 한 번만 더 하면 되는 거다. 하지만 역시나 민망하고 분위기도 이상한 것이... 어깨에 거의 고개를 파묻고 있는 노란 뒤통수가 신경 쓰인다. 빨리 끝내자. 그게 서로에게 좋다.


“아, 으음... 후...”

“으...”

“으응...읏...”

“아... 진짜 최악이야.”

“... 협조해줘, 츳키. 나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니까...”


그가 다시 고개를 파묻는다. 그래도 역시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태도가 신경 쓰였던 모양인지, 조금씩 어설프게나마 닫힌 입 사이로 앓는 소리를 낸다. 으... 음... 하는. 성적인 행위를 하며 내는 신음이라기보단 이 상황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는 것 같은 소리지만. 그래도 장족의 발전이다. 시뻘게진 그의 귀 끝을 바라보며, 조금 더 소리를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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