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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츠키] TOY SHOP 上

섹스토이샵 사장님 쿠로오 X 모델과 학생 츠키시마


- 3부작 예정 (어쩌다보니,,)

- 11064자

- 일단 별거 안하기 때문에 성인본 설정은 안했지만.. 나머지 2편은 전부 꾸금일 예정입니다.

- 섹스토이샵 사장님 쿠로오 X 모델과 학생 츠키시마

- 고증없음



2018.03 신간 <TOYSRUS(토이져러스)>에 수록된 글입니다.








"어서오십쇼-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불러주세요."




자동문이 열리며 내는 작은 기계음이 들리자, 쿠로오는 입구를 향해 가능한 친절한 목소리로 인사말을 던졌다. 상투적인 멘트지만 이 말 한마디만으로도 손님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기 때문에,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꼬박꼬박 인사를 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 뭐, 무슨 용기씩이나 줘야 하냐고 핀잔을 줄 사람들도 있겠지만. 진열되어있는 상품을 구경하다가, 원하는 상품이 있다면 재고를 들고 와 계산한다. 상품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거나, 원하는 상품의 재고가 없으면 점원에게 묻는다. 이 아주 간단한 과정에도 용기가 필요할 정도로 쭈뼛대는 손님이 이 가게엔 꽤 많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을 위해선 가장된 친절 정도는 필수적인 요소라 이거다. 그야, 여긴 섹스 토이 샵이니까. 



친절한 인사 멘트를 던진 후엔 곧바로 손님에게서 시선을 거둔다. 굳이 섹스토이샵이 아니더라도 물건을 고르러 온 손님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이면 오히려 불쾌함을 줄 수 있으니까. 맘 편히 고르시란 의미로 그저 이미 완벽하게 정리된 재고 리스트를 다시 체크하고, 물건의 진열 상태를 확인하며 근처에 맴돌 뿐이다. 뭐, 이쪽도 어느 손님이 왔나 따위엔 딱히 관심 없으니까 말이야. 



그러나 그렇게 아주 잠깐 흘끔 보았을 뿐인데도 이번 손님은 금방 인상에 박혀 차마 관심 없는 척 외면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들어오셨냐고 반갑게 달려가 악수라도 할뻔한 것을 간신히 눌러 참고, 반가움을 가득 담은 미소를 만면에 띄우며 평소보다 크게 어서 오시라며 외쳤다. 그 목소리에 당황한 듯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을 쳤지만, 아마 가게를 도로 나가진 않을 것이다. 역시. 머뭇거리다 자동문이 닫히기 전에 얼른 다시 가게로 발을 들이민다. 그래. 오늘은 제대로 마음먹고 왔나 보지? 그렇게 며칠을 서성였으니. 







이 손님이 특별한 이유는 별거 없다. 눈에 띄어도 너무 띄었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훨씬 키가 큰 편인 쿠로오조차도 크다고 느낄 정도로 훤칠한 키. 마르고 잘빠진 몸. 말랐지만 보기 좋게 벌어진 어깨. 그리고 유독 조막만 한 얼굴. 짧게 곱실거리는 금발. 안경을 쓰고 있는데도 숨겨지지 않는 어쩐지 고혹적인 눈빛. 이미 외모만으로도 눈에 띄는 사람이다. 심지어 그런 사람이 3일을 매일같이 창밖에서 열심히 가게를 기웃거렸다면 더더욱, 눈에 안 띌 수가 없지. 



당당히 즐기자는 컨셉으로 생겨난 섹스토이 브랜드샵. 빛 하나 통하지 않는 짙은 검은색 시트지를 온 창문에 발라놓고 음침한 곳에 자리 잡은 성인용품샵과 달리, 번화가 대로변에 위치한 이곳은 어떤 물건을 취급하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쇼윈도와 밝은 조명이 특징인 곳이다. 밝은 색의 블라인드는 그저 햇빛을 가린다는 본연의 목적을 위해 존재할 뿐. 가게에 놓인 물건도, 그 물건을 구경하는 사람도, 그 물건을 파는 사람도 가리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는 섹스토이샵.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흔한 소품샵이겠거니 하고 지나가겠지만,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물건의 정체나 창문에 붙어있는 장식물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는 길을 멈추고 안을 기웃거리곤 한다. 뭐, 일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물건들이니까. 지나가는 길에 슬쩍 들여다보고 수군댄다거나 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혼자서 3일 내내 가게 밖에서 안쪽을 기웃대는 것은 다르다. 이건 분명 사고 싶은데 들어오질 못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온라인 샵도 있으니 그쪽을 이용하면 될 텐데. 굳이 실물을 보고 산다 이건가. 뭐 하여간, 아무리 봐도 눈에 띄는 사람이 며칠씩 보이니 아무리 관심을 안 가지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는 거다. 그리고 그 손님이 드디어, 샵 안으로 들어왔다. 이 얼마나 감격할만한 일인지! 마침 손님도 별로 없는 한적한 시간대. 아마 일부러 그런 타이밍을 노려 들어온 거겠지만, 덕분에 이쪽은 찬찬히 그쪽을 관찰할 수 있다. 





딱 보기에도 평범하지 않은 몸매. 면바지에 하얀 셔츠를 대강 입고 왔을 뿐인데도 그것만으로도 핏이 산다. 바른 자세 덕분에 곧게 뻗은 허리선. 짧게 자른 머리 덕분에 더욱 시야에 와서 박히는 하얀 목. 이거이거. 훤칠하게 잘생긴 사람이다. 굳이 취향이라던가 말하지 않아도, 이 사람이 취향이 아닌 사람을 찾는 게 더 힘들 느낌. 섹스토이에는 익숙하지 않은지, 한쪽 팔꿈치를 감싸 쥐고 진열대를 둘러보는 몸짓이 영 부자연스럽다. 얼굴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도도함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묘하게 힘이 들어간 손가락이라던가, 제대로 물건을 찬찬히 살피지도 못하고 그대로 지나친다든가 하는 몸짓이 말이야. 취급하는 상품도 상품이거니와, 이 바닥에서 일한 지가 몇 년인데 이정도야 훤하다. 도움이 필요한 손님이다. 물론, 기꺼이 도와줄 수 있다. 그것이 쿠로오의 본업이고, 그가 쿠로오의 취향이니까.





"도와드릴까요?"

"아... 그, 어... 아뇨. 됐어요."

"네에- 그럼 도움이 필요할 땐 불러주세요."

"네..."




아무리 봐도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 얼굴로, 말을 걸자 화들짝 놀라며 거절한다. 애써 괜찮다는 듯 바로 옆의 진열대에 손을 올리고 마치 처음부터 관심 있던 척 물건을 집어 들어 열심히 살핀다. 귀엽긴. 웃음이 나올뻔한 것을 애써 크게 헛기침하며 얼버무린다. 이쪽을 돌아보는 것을 보니 들킨 것 같지만. 살짝 째려보는가 싶더니 방금 자신이 집어 든 것을 유심히 살핀다. 왜 이런 게 이런 곳에 있냐는 듯한 표정이다. 딱 보면 알지. 




"바이브레이터에요. 외관만 봐선 전혀 그런 용도론 보이질 않아서, 컬렉터 분들에게 인기가 좋죠."

"아..."

"여기 이 부분을 누르면 돼요. 진동은 3단계로 조절되고..."

"으익...! 아, 어... 죄, 죄송합니다. 됐어요."

"에, 손님. 내려놓으실 땐 전원을 끄시고... 잠깐..."

"아, 그. 죄송합니다. 이거 어떻게... 으아..."




쿠로오는 남자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보라색 원기둥 모양 바이브레이터의 전원을 올렸다. 깔끔한 외관이 마음에 들었는지 한참 들여다보던 남자는, 바이브레이터가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하자 놀란듯 이상한 소리를 내며 당황한다. 그리고 그대로 원래 진열되어 있던 자리에 내려놓았다. 바이브레이터가 유리 선반 위로 쉴 새 없이 진동하며 드드드드득 하는 큰 소리를 낸다. 아니 아니. 그러면 망가진다고. 그것도 파는 건데. 쿠로오는 그가 당황해서 어버버 하는 사이, 선반 위를 굴러다니는 바이브레이터를 집어 얼른 전원을 껐다. 그 짧은 사이에 매장 안에 있던 몇 명의 이목을 끌어버리는 바람에, 가능한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 도와드릴게요."

"... 네..."




사고 아닌 사고를 쳤으니, 도움을 거절하진 못하겠지. 역시나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영 모든 행동이 어색하고 민망해하는 것이, 섹스토이는 커녕 성행위 자체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다. 문득, 대체 이곳에 왜 혼자 발을 들이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이쪽에 호기심이 있어 보이지도 않고...




"토이는 처음이에요?"

"아, 그... 네..."

"용도는요? 뭐, 본인이 직접 사용할거라던가, 애인에게 사용할 거라던가... 맞는 거로 추천해줄게요. 꽤 다양하거든요, 종류가."

"그... 사진을 찍으려고 하는데..."

"사진?"




의외로 하드하네. 취향이...




"에... 음... 토이를 사용하는 건 어느 쪽인가요? 파트너분?"

"아뇨. 뭐 굳이 말하자면 저겠죠."

"아... 그... 어, 모델도 그쪽?"

"네에, 과제라서..."




과제는 뭐야. 그런 플레이라 이건가. 




"... 왜 그런 표정이에요?"

"아니. 의외로 대담하다 싶어서..."

"음?"

"아니, 그런 대담한 취향일 거라곤 생각을 못해서... 그러니까, 이걸 쓰는 사진을 촬영한다 이거죠?"




실례인 건 알지만, 분명 엄청나게 이상한 표정이었을 것이다. 아니, 그렇지만 토이샵 하나 들어오질 못해서 며칠을 밖에서만 고민한 사람 치곤 너무 대담하잖아. 거기다 과제라니. 쿠로오의 머릿속엔 온갖 음란한 상상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를테면 눈앞의 이 뻣뻣하고 도도해 보이는 남자가 자신의 파트너 앞에서 개처럼 복종한다던가(아니, 과제라길래), 카메라 렌즈 앞에서 온갖 토이를 스스로에게 직접 사용한다던가 하는 등등의. 와, 장난 아니겠네 이거. 어떤 표정을 지을까? 좀 상상이 안 되는데. 원래 이렇게 야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남자가 본론으로 들어가면 대박인 법이지. 



삽시간에 머릿속을 지배한 상상에 정신이 팔려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다, 갑자기 말이 없어진 쿠로오가 이상했는지 돌아본 그와 눈이 마주쳤다. 아. 이런. 방금 건 좀 실례였네. 애써 어색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무마해보려 했으나, 눈치가 없는 편은 아닌지 언짢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그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지금 무례한 생각 하고 있죠?"

"아, 그, 어... 죄송합니다. 그런 용도라면 애인 분의 취향에 맞는 토이로 추천해드려야 하나, 해서..."

"애인? 아니, 애인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 아직 애인은 아니신 건가.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호칭은 파트너로..."

"아니, 그러니까. 그런게 아니라구요. 아, 씨."




마른세수까지 해가며 억울함을 온몸으로 표현해가며 쿠로오의 말을 부정하던 그가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의 사연은 이렇다. 모델과 3학년인 그는 과제로 사진과의 학생들과 짝을 지어 과제를 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서로의 과제를 도와주기 위해 모델로 서거나 사진사로 협력하기도 하지만, 한 가지 주제를 잡고 두 과가 연합하여 같은 과제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이번이 그 경우인데, 주제가 잡지 화보로 결정됐단다. 그러니까, 자긴 지금 그 과제를 위한 촬영 소품을 사러 왔을 뿐이라고. 다소 격앙된 어조로 다다닥 설명하는 것에서 그가 얼마나 억울하고, 분하고, 자존심 상하고, 당황했는지 알 수 있었다. 




"뭐, 일단 알겠어요. 오해해서 미안해요. 난 또 취미가 하드한 줄 알았지."

"아니에요. 진짜."

"흐음... 그런데 대체 무슨 잡지 컨셉이길래 촬영 소품으로 섹스토이를 찾아요?"

"... 맥심이라서..."

"아하."




과연. 그런 잡지라면 이해가 가지. 잡지 이름을 말할 때 어쩐지 고개를 숙이고 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리는 것이 딱 봐도 본인 의사로 결정된 주제는 아닌 듯했다. 그래. 뭐 대학 과제가 다 그렇지. 제 뜻대로 되는 게 있나. "본인이 하고 싶어서 고른 거 아니죠?"하고 놀리듯 물으니 곧바로 "제비뽑기에요!"하고 대답한다. 뭐가 그렇게 억울해선. 자극하면 반응이 곧바로 돌아오는 것이 꽤나 놀리는 맛이 있어서, 제비를 뽑은 순간에도 꽤 놀림받았겠다 싶었다. 본인도 그때의 상황이 떠올랐는지 묘하게 뾰로통한 것이. 초면에 봐도 감정이 그대로 읽힐 정도인데 동기들이나 작업 파트너들은 오죽하겠나. 인터넷 클릭 몇 번이면 온갖 섹스토이를 골라 살 수 있는 요즘 세상에 굳이 제 발로 토이샵에 들어온 것도 아마 그의 파트너가 부추겼던 거겠지. 대충 상황이 짐작이 갔다. 




"하... 씨, 이게 뭐라고 줄줄 설명하고 있지."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처음 만난데다, 사실 그냥 무시하면 그만일 손님과 가게 주인 사이. 귀찮다 싶으면 대충 무시했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을 텐데. 자신에 대한 쓸데없는 오해라도 하게 될까 봐 하나하나 변명하고 상황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 꽤 성실한 성격이다 싶다. 흥미로웠다. 원래 손님 개인에게 이렇게 오지랖을 부리고 흥미를 갖는 스타일은 아니긴 한데. 뭐 이번 경우는 예외라고 할까. 얼굴도, 스타일도 꽤 맘에 드니까. 





"그쪽은 맥심보단 보그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 말이에요."

"... 다들... 그 소리 했어요."

"하하, 역시!"




다시 분한 듯 말하는 목소리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반응이 귀엽다. 계속 말을 걸고 놀리고 싶을 정도로. 하긴, 도도한 얼굴에 훤칠한 키, 반듯하면서도 어딘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눈빛은 맥심보단 보그 화보가 더 어울린다. 잠시 화보의 짙은 화장을 한 남자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런저런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면 확실히 모델엔 소질이 있는지도. 





첫 만남이 다소 어수선한 덕분에 분위기가 풀어진 탓인지, 상품을 추천해주며 그와 이런저런 사담을 나눌 수 있었다. 바짝 긴장하고 있던 그도 긴장이 풀렸는지 묻는 말에도 곧잘 대답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발적으로 들려준다기보단 완전히 쿠로오의 페이스에 말려든 것 같지만. 그와 작업 파트너는 작업 컨셉을 '평범하고 절제되어 보이지만 한 컷 안에 온갖 섹슈얼한 상징이 가득한 것'으로 잡았다고 했다. 대놓고 야릇한 포즈를 취하며 섹스어필을 하기엔 사진이 쉽게 진부해질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쿠로오가 보기엔 그냥 모델인 그가 강하게 반대해서 엎어진 계획 같았다. 섹스어필이란 단어를 말할 때 미간이 눈에 띄게 확 찌푸려졌거든.) 그러니까, 알만한 사람만 '어?'하고 알아차리는, 그런 소품들을 원한다고 했다. 




"뭐, 그런 거면 의외로 꽤 많이 있죠. 요즘은 디자인이 잘빠진 게 많거든요. 수집가도 꽤 많다고 하니까. 예를 들면 이런 것."

"이게 뭐에요?"

"바이브레이터에요. 아까 당신이 만졌던 것과 같은 거."

"아."




쿠로오는 그에게 분홍색 컵케이크 모양의 바이브레이터를 꺼내 보여주었다. 디자인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건내받고 한참 이리저리 들여다보면서도 좀처럼 용도를 짐작하지 못한다. 조심스럽게 다시 건네받고는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작은 플라스틱 컵케이크가 작은 소음을 내며 진동하기 시작한다. 



"보기엔 좀 허술해 보일진 몰라도, 진동 세기도 조절되고 만족도도 높아요. 매니아들 사이에 인기가 좋죠. 맨 위 체리 부분을 자극하고 싶은 곳에 갖다 대면 되는 거예요. 이렇게."

"아..."



토이 설명을 시작했더니 급격하게 말수가 줄어든 그는, 전원을 올린 바이브레이터를 손등에 문질러주자 놀라며 몸을 뒤로 뺐다. 다시 긴장한 모양이다. 쿠로오가 잡은 손은 빼지도 못하고 몸만 움츠러들며 이상한 것을 보기라도 하는 양 묘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바이브레이터를 바라본다. 



흔한 손등 테스트일 뿐이다. 화장품을 사기 전 손등에 가볍게 펴 발라 색감이나 질감 등등을 테스트하는 것처럼, 바이브레이터의 진동 세기가 적당한지, 진동의 느낌은 만족스러운지 등등을 가볍게 시험해보는 것. 그러나 그는 이 평범한 행위에도 눈에 띄게 반응하며 민망해한다. 손등이 성감대... 인 것 같지는 않고. 단순히 이런 분위기를 못 견뎌 하는 건가? 




짓궂은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조금 더 난감한 상황을 만들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그러니까 좀 더, 바이브레이터의 본래 용도에 맞는 곳에 자극을 준다면. 표정은 어떠려나. 손님에게 이런 장난을 치면 안 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궁금하니까. 서비스직의 기본이 안 되어있다고 비난을 해도 좋다. 지금은 그것보단 호기심이 더 앞섰다. 



"써본 적 있어요? 이런 거."

"아뇨... 실제로 본 것도 처음이고."

"바이브레이터는 성감대에 진동 자극을 줘서 쾌락을 느끼는 데에 도움을 주는 도구에요. 여성의 경우는 가슴이나 클리토리스 자극에 주로 사용하고. 남성의 경우에도..."



1단계. 가장 약한 세기로 진동하고 있는 그것을 그의 얇은 셔츠 위로 가져갔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가슴 위, 돌기가 있을 위치로. 




"가슴이나, 성기 자극에 사용하죠. 이렇게..."

"아...! 돼, 됐어요!"

"엄청 민감하시네. 평소에 자위는 잘 하시는 편?"

"원래 이런 것도 물어봐요?"

"네, 뭐. 자주 얘기하곤 하죠. 그런 주제로 자유로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까."




뻥이다. 자유롭거나 말거나 당연히 이런 사생활의 영역까지 물어보진 않는다. 그러나 오늘은 어쩐지 좀, 호기심을 주체하기 힘드니까. 뒷일은 별생각 안 하고 일단 입부터 놀려보기로 했다. 꽤 순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묘하게 더 부추기는 것 같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잘... 안 해요. 그런 거."

"그래도 해본 적은 있으실 테니까. 그럴 때 사용한다고 상상하고 보시면 좀 더 느낌이 올 거에요. 보통 남성분들이면 페니스를 자극하는 자위를 하시니까 오나홀을 추천해 드리지만."



떠볼까? 손을 뻗어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마른듯한 그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 뻣뻣하게 굳어있던 몸이 흠칫 떨린다. 



"삽입 자위를 더 원하시는 분도 계셔서. 그럴 땐 딜도를 추천드리죠."

"아...!"



둘 중에 어느 쪽이에요? 귓가에 낮게 속삭인다. 일부러 엉덩이 골 부근을 한차례 세게 문지른 후,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손을 떼었다. 신고당해도 할 말 없는 수준이지 이거. 이미 호기심을 넘어 플러팅, 성희롱 수준까지 간 자신의 행위를 멈출 수가 없는 것에 스스로도 당황스럽다. 그렇지만 말이야. 





"그... 쪽이요."

"음?"

"손가락으로... 해본 적은 있어요. 가끔... 이지만."




이렇게 나오면 멈출 수 없는 게 당연하지. 




남자는 머뭇거리는 손길로 방금 쿠로오의 손이 닿았던 곳을 슬쩍 더듬었다. 딱 봐도 붉어진 얼굴로 미간을 잔뜩 찌푸려가며 시선을 피하고는 있지만. 이건 너무 분명한 메세지라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알 수밖에 없다. 




오호. 그래. 텀이라 이거지. 




방금 자신의 발언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지 남자는 알까? 아마 자각 없이 한 말일 것이다. 이건 천연이라기보단, 아직 내면의 음란함이 발현되지 않은 쪽이라고 해야 하나. 멋대로 그런 결론에 이르러, 행동에 점점 거리낌이 없어진다. 얼굴도 내 취향에, 잠자리 포지션까지 맞아떨어진다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꼬시는 것. 






"테스트해볼래요?"

"네?"

"단순히 촬영 소품일 뿐이라고 해도 말이죠. 모델이라면 사진에 감정을 실어야 하는 법이니까. 써봐야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고 좋지 않겠어요?"

"그건 굳이 해보지 않아도..."

"해본 사람이랑 안 해본 사람은 눈빛부터 다르다고 하니까."




맥심이라면서요. 놀린 사람들한테 당신도 할 수 있다는 거,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손에 들고 있던 컵케이크 모양의 바이브레이터를 다시 남자의 손에 쥐여주었다. 바이브레이터는 이거면 됐고. 쿠로오는 그의 허리에 자연스럽게 손을 올려 옆으로 이끌었다. 온갖 굵기와 길이를 가진 딜도들이 색깔별로 늘어져 있는 진열대로. 귀여운 인테리어 소품으로 위장하고 있던 바이브레이터와 달리, 딜도는 아무리 깔끔하게 디자인해도 그 용도를 쉽게 숨길 수 없기 때문에 조금 전 진열대보단 좀 더 외설적이다. 




"여성분들에겐 클리토리스를 함께 자극할 수 있도록 돌기가 붙어있는 이런 디자인도 추천해 드리지만, 남성분들에겐 딱히 필요 없죠. 일자형이 더 종류가 많기도 하고. 딜도 중엔 이렇게 진동 기능이 있는 것도 있고..."




쿠로오는 일부러 가장 외설적인 디자인의 크고 굵은 딜도를 들어 전원을 올렸다. 끝부분이 격렬하게 꿈틀대며 진동하기 시작한다. 이런 건 어때요? 자극은 최고죠. 요동치는 그것을 남자에게 가까이 가져가자 질색하며 뒷걸음질 치며 물러난다. 쿠로오는 귀엽다는 듯 작게 웃었다. 




"이게 너무 부담스럽다 하시면 이런 디자인도 있어요. 컬러도 귀엽게 뽑혔고, 진동 기능도 훌륭하긴 하지만 처음엔 삽입만 해도 충분히 만족스러우실 정도로 돌기도 훌륭하죠. 굵기도 다양하게 나왔고요."

"쓰... 려고 사는 게 아닌데, 굳이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골라야 해요?"

"이왕 테스트해볼 거면 마음에 드는 걸 써보는 게 좋지 않겠어요?"

"테스트..."

"화장품도 매장에 비치되어있는 것 몇 개 발라보고 사잖아요. 비슷한 거죠. 아, 소독은 완벽하게 해드리니까요. 테스트용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요. 저쪽."




쿠로오는 안심시키듯 남자의 어깨를 감싸 쥐고 손을 뻗어 카운터 옆의 작은 문을 가리켰다. 원래 직원들이 휴식할 때 쓰는 방이다. 거의 매장에 나와 있기 때문에 쓰는 일은 별로 없고, 집기류도 거의 놓지 않아 내부는 깔끔할 터. 매장엔 사장인 나 혼자. 애초에 직원이 많은 매장이 아니기 때문에 오늘은 가게를 닫을 때까지 다른 직원이 올 일은 없다. 섹스토이 테스트 룸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지만, 먹히면 장땡이지. 일단 아무 소리나 던지고 보는 거다. 반쯤은 놀리려는 의도였지만. 




"아무도 안... 들어오는 거죠?"

"물론."




그래. 먹히면 장땡이지. 




그렇게 빼고 부끄러운 척했어도 궁금하긴 궁금했나 보다. 손에는 컵케이크 모양의 바이브레이터를 꼭 쥐고, 눈앞의 딜도 중 가장 중간크기의 것을 조심스럽게 골라든다. 파스텔톤 실리콘 재질로 된 단순한 모양의 딜도. 초심자에겐 제격이다. 모양도 뭐. 저 정도면 나쁘지 않고. 쿠로오는 스스로의 안목에 감탄하며 근처 진열장에 놓여있던 토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역시나 실리콘 재질로 된, 나름대로 깔끔한 디자인의,




"오나홀이에요."

"하?"

"종류별로 써보는 게 좋지 않겠어요? 소품으로 뭐가 좋을지 고르기도 좋고."

"그... 음..."

"자, 자. 편히 써보세요. 문 바로 앞에 있을 테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불러주시고요."




아. 이것도. 러브젤 코너에서 적당히 달달한 향이 나는 것을 골라 그에게 건넸다. 딸기향. 아마 손에 쥔 컵케이크 바이브레이터와 꽤 잘 어울리는 향기가 날거다. 생각보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쪽이 취향인 것 같으니까 나쁘지 않은 선택일터. 예상이 적중했는지, 알록달록한 병의 디자인을 흘끔 바라본 그는 군말 없이 러브젤 병을 받아들었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 거라고 믿고."




놀리는 듯한 말투에 남자가 무언가 말하려 입을 열었으나, 그 입에서 목소리가 채 나오기도 전에 등을 떠밀어 직원 휴게실에 들여보낸 후 문을 닫았다. 아주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찰칵하고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귀엽게 말이야. 입으로만 쫑알쫑알 말이 많지, 결국엔 순순히 따를 거면서.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일을 즐겁게 상상하며 시계를 보았다. 매장의 문을 닫을 때까진 40분 정도 시간이 남았으나, 손님이 적은 평일인 데다 마침 매장에 아무도 없으니 오늘은 조금 일찍 문을 닫아도 별문제는 없을 것이다. 쿠로오는 여유 있는 발걸음으로 매장 입구로 걸어가 문을 잠그고 'CLOSE' 팻말을 걸었다. 카운터를 제외한 매장의 불을 모두 끈다. 




저 작은 방 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남자는 아마 한참을 머뭇거리며 토이를 만지작거리기만 하다 못하겠다고 항복 선언을 해올지도 모른다. 아니면 귀엽게 바지까지 끌어 내리고 시도를 해보려다 못하겠다며 도움을 요청하던지. 




고민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잠긴 직원 휴게실 문에 등을 기대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다려본다. 어차피 가게 문도 닫았으니, 느긋하게 기다려볼까. 째깍째깍 시계 초침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흐음. 내일 저거 무소음 시계로 바꿔놔야겠네. 괜히 거슬리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사이, 안에선 덜컹- 하는 인기척이 들린다. 이다음엔 어떻게 놀려줄까? 도망치는 건 아니겠지? 머릿속이 삽시간에 즐거운 상상으로 뒤덮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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