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의욕 증진용으로 미리 샘플 부분을 공개합니다. 이렇게 하면 나오겠죠. 화이팅...





* 쿠로츠키 <소꿉놀이> 썰 기반 

  - 썰 링크: https://jingjinglim.postype.com/post/519417

* 약 100P / 무선제본 / 전연령 예정 (분량은 변경 가능성이 높습니다.)

* 10월-11월 중으로 예정된 신간의 샘플입니다. 샘플 공개 분량은 이후 더 추가될 수 있으며, 신간 발행 일정은 변동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반딧불이. 지상에 뜨는 두 개의 아주 작은 별. 하늘을 바라볼 용기조차 나지 않는 이 칠흑 같은 고독 속에서, 쿠로오에겐 이 반딧불이들만이 유일한 빛이고, 별이고 희망이었다. 》






* * *





“우리, 딸을 낳으면 이름은 호타루라고 하자.”

“뭐에요, 갑자기?”

“그냥. 전부터 생각했던 거야.”



평소와 같은 날이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만나 늘 가던 카페에 갔고, 나는 달달한 딸기 스무디, 그는 시럽이라곤 한 방울도 들어가지 않은 카페라테를 시켜 마주 앉았다. 그리고 가운데보다 살짝 내 쪽에 더 치우친 곳엔 날 위한, 그는 내가 떠서 입에 넣어주는 것 말고는 절대 손도 대지 않는 딸기 쇼트케이크. 마주 본 것보다 살짝 더 가까이 의자를 고쳐 앉아 이따금 서로의 손을 매만지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 그런 평범한 데이트를 즐기던, 그런 날. 유리잔의 얼음이 반쯤 녹아 커피가 조금 묽어지고, 접시 위에 있던 케이크는 늘 내가 맨 마지막으로 먹곤 했던 딸기 한 알만 남아있게 되었을 즈음, 그는 내 손을 가만히 매만지다 뜬금없는 이야기를 꺼낸다. 웬 딸? 그런 의문을 품고 돌아보자 진지한 눈으로 눈을 마주친다. 그리곤 처음 듣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내 이름이 ‘케이’여서, ‘호타루’로도 읽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고. 어떻게든 말을 섞고 싶어 안달이었던 그에게 나의 이름은 은근슬쩍 장난을 걸어가며 관심을 끌 만한 좋은 핑계가 되었다고 했다. 어린아이의 유치한 장난 같아도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자신은 절박했다고,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쓸어내리며 말을 잇는다. 그 말에 어딘가 간질간질 해지는 것이 영 부끄럽다. 괜히 놀리듯 비웃어본다.



“뭐가 그렇게 여유가 없어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도망갔잖아! 계속 피해놓고는... 다른 학교니까 얼마 만나지도 못하고. 급했다고. 나는.”



같이 개인 연습을 하자며 붙잡을 때만 해도, 그가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안경을 썼다는 것, 그리고 안경 군이라고 부르면 불쾌하다는 듯 바라본다는 것. 카라스노 1학년의 미들 블로커. 카라스노 중에서 가장 키가 큰 선수. 츠키시마라는 성. 이름을 알고 싶은데, 개인 연습을 핑계로 불러놓고 이름까지 물어보기는 뭔가 어색하니까 번호를 알아내는 김에 이름까지 알아냈다고 했다. 月島 螢. 액정에 반짝이는 그 이름을 보고 너무 기뻐서,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고. 양손으로 내 손을 꼭 쥐고선 한참을 그런 낯간지러운 소리를 늘어놓는 통에, 타는 듯 얼굴이 뜨거워져 괜히 빈 유리잔에 꼽힌 빨대 끝만 잘근잘근 씹었다.



“그리고 예쁘잖아, 그 이름 말이야.”

“그럼 저랑 애랑 이름이 같아지잖아요.”

“뭐, 상관없지. 어쨌든 부르는 건 다른걸.”



꼭 호타루로 하자. 태명이어도 좋으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어느새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슬쩍 고개를 들어보니 그의 눈엔 어떤 결의 같은 것이 가득 차 있어서, 고개를 끄덕여줄 수밖에 없었다. 뭐, 그런 이유라면 나쁘지 않지.



“근데, 애가 먼저는 아니잖아요.”

“알지.”

“응?”

“결혼해주라.”




아...

갑자기 이렇게 치고 들어오기야?




그는 잡았던 손을 끌어올려 나의 손등에 깊게 입술을 묻는다. 그리곤 다시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맞췄다. 처음 사귀자고 말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긴장하고, 몇 배는 더 진지해 보이는 눈.




내가 반했던 바로 그 눈빛이 다시 눈앞에서 쏟아진다.

내가 이 눈을 보고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



머쓱한 듯 피식 웃던 그가 말한다. 미안해. 이렇게 멋없이. 언제 말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어. 너도 알다시피 요즘 내 상황이 좀, 불안하잖아. 그가 한 손을 들어 겉옷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작은 상자를 꺼내 쥐여준다. 결혼하자. 다시 들려오는 달콤한 속삭임. 드라마에서나 보던 화려한 이벤트도, 은은한 분위기도 없다. 늘 있던 일상 속에서 늘 있던 일상의 대화를 하듯 속삭이는 이 소박한 프로포즈엔, 그러나 첫 고백과 같은 설렘이, 긴장이, 애틋함이 녹아 있었다. 그때의 나는 이 눈빛에 홀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지.



“끼워주세요. 이렇게 주지 말고.”



잡혀있지 않은 손을 내밀어 그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뭘 그렇게 긴장해요. 내 대답을 알잖아요. 아.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려고 했는데,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당신의 긴장이 옮았나 봐요. 이 순간이 오면 아무렇지도 않게 비웃어주려고 했는데.



당신의 눈은 수줍은 웃음에 살짝 휘어졌다. 왼손의 네 번째 손가락에 심플한 디자인의 반지가 끼워졌다. 당신이 내민 상자에 담긴 또 하나의 반지를 들어 당신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운다. 손가락이 떨려서 웃음이 나왔다. 반지가 자리 잡은 두 손을 맞잡아본다. 괜히 눈시울이 뜨거워져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당신이 얼른 나를 품에 안아 눈물을 가려주었다.



그의 프로포즈는 우리가 늘 가던 카페의 구석 자리, 낮은 파티션과 큰 화분이 옆에 있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졌다. 혹여 다른 사람이 들을세라 작게 속삭이는 수줍은 목소리로. 화려하진 않지만, 덕분에 매일 낄 수 있는 반지와 함께. 평소와 다를 것 없이 군더더기 없고 담담한 말투로. 전부 너무할 정도로 일상적인, 그래서 더 소중하고 특별한 프로포즈는 정말 내 마음에 꼭 들어서, 도저히 거절 따윈 생각할 수 없었다. 당신은 이렇게나 날 잘 알지. 정말.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일상에 온전히 녹아들기로 약속했다. 준비과정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서로가 생각하던 계획이 있었고, 그걸 하나씩 실현하기만 하면 됐으니까. 정말로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다행이었다. 나보다도 그에게.



그는, 쿠로오 테츠로는 무엇보다 안정을 원했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그는 안정보단 오히려 앞으로 나아가길 원했던 사람이었는데. 그의 인생은 크게 요동쳤고, 그 위에서 넘어지지 않고 굳건히 서 있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쿠로오씨는 본래 희망했던 진로를 포기하고 이른 나이에 군인의 길을 택했다. 홀로 계신 어머니가 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결정한 일이다. 아버지는 어릴 때 이혼해 외동아들인 그와 어머니를 두고 떠났다고 했으므로, 갑작스럽게 혼자가 된 셈이다. 선택권이 없었다. 일찌감치 돈을 벌어야 했다. 그렇게 그는 제 성향에 맞지도 않는 길을 걸어야 했다. 그는 금방 마음을 추스르고 나아갔다. 성향에 맞지 않는다 한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책임감을 느끼고 착실하게 해내는 사람이었으므로 겉으론 빠르게 군인 생활에 적응하며 착실하게 생활을 이어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남들의 눈엔. 그들은 한참 동안 내 손을 세게 잡고 떨던 그의 손을 보지 못했을 테니까. 뭐, 그걸로 됐어. 그의 결정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저 나는 그가 안에서부터 썩어 문드러지지 않도록, 언제든지 붙잡을 수 있도록 곁에 있기를 택했다. 그게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이었으니까.




그가 내디딘 불안한 발걸음. 그래도 우리는 서로 맞잡은 손에 의지하며 그 길을 함께 걷기를 택했다. 그에게 있어 나는 안정이었다.






* *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파병이요?”

“응. 하... 절대 안 된다고, 조금만 미룰 수 없냐고 사정해봤는데... 그나마도 미룬 거야.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

“아...”



며칠씩 우울해 보이던 것이 이거였나. 쿠로오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 쥐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에게서 흔히 볼 수 없던 모습이었기에 덩달아 놀란 내가 부엌으로 달려가 차가운 물이 든 물컵을 손에 쥐여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 해외로, 그것도 이름도 낯설어 어디에 붙어 있는 곳인지 짐작하기 힘든 곳으로 파병이 정해졌다는 소식. 갑작스러운 소식에, 그리고 너무나 침울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 넋이 나가 그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얼마나 있게 될까요?”

“잘 모르겠어. 이쪽도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니까.”

“그럼 우리 또 떨어져 있겠구나.”

“미안해.”

“됐어요. 연애 초반에도 3년을 떨어져 있었는데. 그런 건 괜찮아요.”



당신이 걱정이에요. 위험한 곳이니까. 가만히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본다. 내전으로 한창 떠들썩한 곳. 직접 현장에 투입되는 것은 아니라곤 하나,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말 장담하기 힘든 곳이다. 혼자 있을 나보다 그런 곳에 떨궈질 그가 더 걱정되었다.



“호타루는 어떡하지.”

“절 너무 못 믿는 거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잖아...”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그러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말아요. 미안해 죽겠다는, 죄지은 얼굴.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날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걸 걱정하다가 좋은 날까지 다 망쳐버릴 수는 없잖아. 그가 손에 쥔 물컵을 빼앗아 탁자에 내려놓고 그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머리를 쓰다듬고, 등을 다독인다. 귓가에 속삭인다. 괜찮아. 착하지.



“뭐야 그게.”

“당신이 내가 이러고 있으면 맨날 해주던 거.”



역으로 애 취급받으니까 기분 이상하죠? 끌어안은 팔에 더 힘을 주며 괜히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그를 다독인다. 항상 나를 위로해주던 것은 그였는데. 인생에 있어 아마도 가장 중요하다고 꼽을 수 있는 세 개의 큰 갈림길 앞에서 그는 많이 약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뭘 그렇게 불안해해요? 불안해해야 할 사람은 사실 나 아닌가?”

“음...”

“내가 당신 없는 사이에 떠날까 봐 불안한 거예요?”

“그것도 없진 않은데...”

“뭐야. 그럼 처음 사귈 때 고백은 어떻게 했대.”

“그건 다르지.”

“다르지 않아요. 그때도 멀리 떨어져서 거의 못 만난 건 마찬가지였잖아. 그땐 그렇게 당당 해놓고.”

“그건...”

“괜찮아요. 호타루도 있고. 어디 안 가요. 여기 있을게요.”

“물론 그게 전혀 불안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가... 네가 떠나고 싶을 정도로 내가 널 고생시킨다면 그렇게 해도 좋아.”

“... 아니. 그런 말이 나오면 안 되지.”

“내가 제일 걱정되는 건.”



내가 제일 걱정되는 건. 내가 널 두고 떠날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워.



아마도 그것이, 그가 내게 처음으로 고백한 두려움일 것이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언인지 굳이 입에 담지 않더라도 아주 잘 알고 있다. 마음이 떠난다든가 바람을 피운다든가 하는 수준이 아니다. 파병. 군인. 내전. 처음 들어보는 것도 아닌데, 어깨를 짓누르는 단어의 중압감이 끔찍하다.



그가 나의 손을 끌어내려 맞잡는다. 맞잡은 손에서 아주 미세한 떨림이 전해져 왔다. 그 손을 슬쩍 바라보았다. 그는 얼른 힘을 빼고, 빠져나간다. 빠져나가려는 손을 이번엔 내 쪽에서 붙잡았다. 다행히 피하지 않고 순순히 끌려와 잡혀준다.




그는 불안해하고 있다. 이제껏 긴 연애 기간 동안 그가 자기 자신에게 이토록 자신 없어 하는 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다.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말을 차마 뱉어내지 못하고 입술을 말아 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바보. 딱 한 마디만 뱉으면 되는데. 반드시 올 테니 기다려달라고. 아무런 미사여구도 필요하지 않아. 그냥. 그 딱 한 마디만.



그러나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그 말인 것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이미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모든 시간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아마 그는 저 말을 지키지 못할 자기 자신을 가장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기다리지 못하는 내가 아니라, 돌아오지 못할 자신을.



확고하게 함께 그려왔던 미래에 자꾸만 불확실이라는 안개가 자욱하게 낀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한데. 그리고 우리가 그 길을 확실하게 딛고 있는 것도 너무나 명확한데. 짙어지는 안개는 아무리 가늘게 눈을 떠도 길의 끝을 명확하게 보여주질 않는다. 우리가 걷는 이 길이 갑작스럽게 끊겨버린다면 어쩌나. 쿠로오 테츠로는 지금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그곳에서, 내 손을 놓쳐 버릴까 봐. 손을 놓친 뒤의 내가 낭떠러지로 떨어져 버릴까 봐.



“당신은 그러니까, 혼자 남겨질 쿠로오 케이를 걱정하는 거죠?”



그럼 우리 이렇게 할까요. 품에 안았던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 불안함이 가득한 그의 눈을 보며, 단숨에 뱉었다. 혼인신고는, 하지 말자고.



“다녀와서 해요, 그런 거.






* * *

이어지는 내용이 아닙니다






츠키시마입니다.


다른 소식보다, 이걸 제일 먼저 알려줘야겠죠? 당신이 가장 궁금하고 걱정했을 소식 말이에요.


호타루는 무사히 잘 태어났습니다. 우리 딸이에요. 아직은 쪼글쪼글 못생겼지만, 아마 당신이 이 편지를 받았을 즈음엔 보송하게 예쁜 모습이 되어 있을 거예요. 사진을 같이 보냅니다. 손을 대면 손가락을 꼭 붙잡고 좀처럼 놔주질 않는데, 기분이 이상하네요. 어쩐지 좀 간지럽기도 하고. 아... 나 아빠가 됐구나. 축하해요. 당신도 이제 진짜 아저씨가 되어버렸어요.


호적을 올려야 하는데, 이름은 그대로 호타루가 되어버렸어요. 당신이랑 상의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럴 수가 없으니까. 진짜로 저랑 똑같은 이름이 되어버렸네요. 이거 괜찮은 건가... 나중에 다 커서 이름이 이게 뭐냐고 원망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당신 탓할 거니까 각오해둬요.


호타루가 태어났더니 저보다 보쿠토씨네가 더 극성이에요. 출산 예정일 다가오니까 진짜 올 때마다 별걸 다 싸 들고 오더라고요. 사진에 호타루가 입은 배냇저고리랑 손 싸개 전부 그쪽한테 선물 받은 거예요. 뭘 언제부터 사서 준비해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고민할 필요가 없더라고요.


덕분에 아이 키우는 건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자주 와서 도와준다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지내요. 답장 기다릴게요.


당신의 케이.




그래. 우리 아이 이름은 츠키시마 호타루가 되었구나. 호타루. 함께 이름을 지었더라도 나는 분명 호타루 외엔 다른 이름을 찾지 못해 이곳저곳에 좋은 이름을 추천받으며 한참을 씨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쁜 이름이야. 정말로.



그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한 글씨체로 적힌 단출한 편지. 아이가 무사히 잘 태어났다는 소식 외에 다른 것은 거의 적혀 있지 않은 짧은 편지지만, 쿠로오는 그가 이 편지에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 것을 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무엇보다 빠르게 보내야 했기에 더 무엇인가를 적을 여유 없이 사진과 편지만을 담아 급히 보냈겠지. 고민할수록 편지가 도착하는 시간은 더 늦어질 테니. 한 장으로 짧게 끝난 편지 뒤엔 또 다른 편지지가 붙어있었다. 그곳엔, 아주 자그마한 파란 손도장이 찍혀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엔, ‘제 손은 너무 크니까.’라는 작은 글씨와 함께 찍힌 작은 손가락 도장. 쿠로오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이들의 손길이 닿은 그 위로 입을 맞추며 한참을 서 있었다.




사무치는 그리움에도 아버지는 울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꾹 감고, 아주 필사적으로 꾹 감고, 아이에게 제 마음이 닿기만을 빌었다. 잘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 이름을 받고 세상에 무사히 나와 줘서 고마워.




편지를 쥔 손이 떨렸다. 훗날 빳빳하게 잘 보관되어있는 편지들 속에서, 이것은 유일하게 끝이 구깃구깃 볼품없이 구겨진 편지가 되었다.










* * *

원고의 진행상황에 따라 샘플 내용이 추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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