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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기_오정팔계] 나는 나의 교수형을 상상한다

미완성. 이 부분엔 오정팔계 요소 없음 (...)



나는 항상 나의 교수형을 상상한다. 

 



타인에 의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 의해서. 서서히 목이 졸려 죽어가는 나를 상상한다.
눈을 희번뜩하게 뜨고, 마침내 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그 순간까지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보여주는 듯 온 얼굴 근육을 일그러뜨린 채 홀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그 모습을 상상한다.
아마도 끔찍하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질 하는 이들을, 더없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내려다볼 것이다.
마치 나의 죽음은 당신들로 인해 빚어진 일이라고 말하듯이. 원망하듯이.
나의 죽음은 고독하고, 춥고, 허무할 것이다.
지금의 내가 그러한 것처럼. 

 

 

그리고 곧, 나의 교수형은 나에 의해 집행될 예정이다

 

 


 

[나는 나의 교수형을 상상한다.]

 

 


 

언젠가부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눈 앞에는 천장 한 구석에서 밧줄에 목을 졸린 채 허망하게 매달려있는 남자가 있었다.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그를 나 홀로 바라본다. 나는 그의 이름을 알고 있다. 저오능. 나의 이름.


그는 나다. 타인에게는 보이지 않는 나의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나 자신에게도 흐릿하고 멀게만 보였던 그 모습이, 점점 선명하고 가깝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는 나의 바로 위에 매달려있다. 매달려있는 나는 나를 끔찍하다는 표정으로 노려보고 있다. 아니, 사실 표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그렇게 느껴질 뿐이다. 아무리 자세히 보려고 눈을 가늘게 떠봐도, 교수형에 처해진 나의 표정은 좀처럼 보이질 않는다. 그럴 때면 나는 눈을 감고 그 표정을 상상해본다. 눈을 감으면, 그 모습은 사라진다. 그러나 그가 안고 있는 공허함은 그대로 나에게 밀려들어온다.



공허함. 텅 빈 것. 아마 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공허한 표정을 하고 있을 터였다. 공허한 표정이란 어떤 표정인가. 텅 비어있는 나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가. 

 



지금의 나는 텅 비어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아마도 거울을, 나 자신을 마주보는 것을 줄 곳 피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를 잃은 순간부터, 나는 내 주변의 모든 거울을 없앴다. 나를 비추는 모든 것을 마주하길 거부했다.
거울 속에는 그녀와 너무나도 닮은 내가 서있다.


너무나도 추악한 나의 모습에서, 누구보다도 눈부신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 이 사실이 몹시도 견디기 힘들어 집안의 모든 거울을 내던졌다.  

 

 


 

집안에 남아있던 마지막 거울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던 그 순간에 얼핏 거울 속 내 모습을 보았던 것 같다. 그녀와 너무나도 닮아있는 남자. 그러나 항상 생기 넘쳤던 그녀와는 달리, 그 남자의 눈은 텅 비어있었다. 싸구려 구슬처럼,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았다.


그 얼굴이 너무나도 소름 끼쳐서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아마 공중에 매달려있는 그는 거울 속 남자의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뜬다. 텅 빈 천장에 다시 밧줄에 목이 감긴 나의 모습이 보인다.


허공에 떠있는 남자와 거울 속의 남자. 둘이 겹쳐진다. 아아. 이제야 비로소 그의 표정이 보이는 듯 하다. 텅 비어있고, 허무하고, 흉측하고. 그리고 어딘가 쓸쓸했다. 고독하다. 

 

그의 얼굴에서 나를 보았다. 그의 모습에 내 모습이 온전히 겹쳐진다.
그리고 깨닫는다. 드디어 나의 교수형을 집행할 때가 왔음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책상을 두어 번 쳐본다. 메마른 책상에서 툭-툭-하는 소리가 울렸다. 사형을 선고하는 판사의 망치소리처럼. 집행자인 나는 그 소리에 책상에서 몸을 돌린다. 외투를 입는다. 교수형을 준비할 시간이다.


긴 코트의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집을 나섰다. 아마 이 곳에 다시 들어올 일은 없을 것이다.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 집의 마지막 모습을 한번쯤 봐둬야 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채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묵직한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히고 말았다. 굳게 닫힌 문을 잠시 바라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집 근처의 가게로 들어가 튼튼해 보이는 밧줄을 샀다. 교수형을 확실하게 집행하기 위해서는 밧줄을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중요했다. 그녀와의 사랑도, 그녀를 지키는 것도, 그녀와의 행복도 모두 실패했지만 죽음만은 결코 실패해서는 안됐다. 이제 내가 그녀의 곁에 있을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므로.


밧줄은 생각보다 꽤 굵어야했다. 성인 남자의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가게 주인은 이 밧줄을 어디에 쓸 것이냐 물었다. 차마 대답할 수 없어 그저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주인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마 그도 딱히 관심이 있어 물어본 것은 아닐 것이다. 

 


 

검은 봉투에 밧줄을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 가게를 나와 거리를 걸었다. 겨울이 다가오는지 밖은 제법 쌀쌀했다. 코트의 깃 속에 얼굴을 파묻었으나 몸은 금방 차갑게 식어갔다. 집행장소에 도착하고 나면 몸은 완전히 차가워질 것이다. 몸이 죽음의 온도에 가까워져 간다. 이것도 썩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나의 몸은 저절로 교외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성당으로 나를 이끌었다. 비록 느렸으나 그 걸음에는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집행 장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정해져 있었고, 굳이 머릿속에 길을 그려보지 않아도 몸이 먼저 움직일 정도로 내게는 익숙한 장소였다.


교외의 성당. 그녀를 처음 만났고, 늘 그녀와 함께 왔으며, 그녀와 사랑을 맹세했고, 그녀가 차갑게 식어갔던 곳.



이곳에 있는 기억은 모두 그녀와 함께 있던 기억들이다.
그녀가 없는 지금, 나에게는 의미가 없어진 장소.
나는 그 곳에서 나의 마지막을 고하고자 한다.

 

 

 

기이익- 불쾌한 소리를 내며 성당의 육중한 문이 천천히 열렸다. 아무도 없는 성당에는 적막함과 냉기가 돌았다. 오랜 시간 성당에 드나들었던 터라 언제 사람들이 있고, 없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면 구두소리가 성당 가득 울려 퍼졌다. 천천히 위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이제 허공에 떠있는 그 남자의 시퍼렇게 뜬 피부색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그는 나를 노려보았다. 바로 이 곳이 너의 목숨을 끝장낼 장소라고 알려주는 듯 했다.

 

 

 

 


 


미완성작

2014년 11월 13일 이글루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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